
네임드의 기준, 숫자로 말하다
제가 지난 10년간 300건이 넘는 계약을 성사시키면서 만난 사람 중에 스스로를 ‘네임드’라고 소개한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오히려 상대방이 그렇게 불러주는 사람들만이 자연스럽게 네임드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사람이 네임드로 불리는 걸까요? 단순히 경력이 오래됐다고, 혹은 회사에서 높은 직급을 가졌다고 해서 네임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10년 차 이상이지만 업계에서 이름을 알리지 못하는 분들을 많이 봤고, 5년 차에도 확실한 전문성을 인정받아 네임드로 통하는 후배들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한 컨설팅 업체에서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의 구매 담당자 200명 중 78%가 ‘네임드’라고 생각하는 거래처의 조건으로 ‘해당 분야에서만 5년 이상의 경험’을 꼽았습니다. 하지만 경험 기간보다 더 중요한 항목이 있었으니, 바로 ‘실제 문제를 해결해 준 경험’이었습니다. 200명 중 63%가 이 항목을 최우선으로 꼽았고, 이는 단순히 오래 일했다는 사실보다 구체적인 성과가 네임드의 기준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은 네임드의 기준이 사람마다, 업계마다 조금씩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건설 현장에서의 네임드와 IT 개발 분야에서의 네임드는 평가 기준이 완전히 다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몇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현장에서 직접 목격하고 경험한 네임드들의 공통점을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풀어보려 합니다.
경력 기간보다 중요한 ‘문제 해결의 흔적’
네임드의 기준에서 가장 오해받는 부분이 바로 경력 기간입니다. 많은 분들이 ’10년 이상 일하면 네임드가 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상담했던 사례 중에 15년 차 변호사가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오랜 경력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의뢰인이 잘 찾아오지 않는다고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그가 맡았던 사건의 기록을 살펴보니, 패소한 사건의 비율이 업계 평균보다 높았고, 특히 같은 유형의 사건에서 반복적으로 같은 실수를 하고 있었습니다. 승소율이 낮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가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였습니다.
반면, 6년 차 세무사 중에 ‘양도소득세 전문가’로 통하는 분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는 6년 동안 양도소득세 관련 상담만 1,000건 이상 진행했고, 그중 200건 이상을 실제 신고 대리까지 맡았습니다. 그의 사무실에는 그가 써낸 자문 의견서가 파일 10개 분량으로 쌓여 있었습니다. 이 세무사는 자신을 네임드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세무서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그 건물 관련해서는 그 세무사에게 물어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름이 알려져 있었습니다. 경력 기간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문제를 해결했는지가 네임드를 결정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오래 일한 시간이 아니라, 그 시간 동안 얼마나 다양한 문제를 맞닥뜨리고 해결했는가입니다. 같은 문제를 100번 반복해서 해결한 사람보다, 서로 다른 100가지 문제를 해결한 사람이 네임드가 될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왜냐하면 네임드의 핵심 가치는 ‘이 사람은 어떤 난관이 와도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신뢰를 주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경력 기간을 늘리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자신이 겪은 문제의 유형을 다양화하고, 해결 과정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네임드는 ‘평판’의 누적이다
네임드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네임드는 수많은 사람들이 입소문을 통해 쌓아올린 평판의 결과물입니다. 제가 일했던 마케팅 대행사에서 3년 만에 업계에서 ‘성과형 퍼포먼스 마케터’로 불리게 된 후배가 있었습니다. 그는 처음 1년 동안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매 프로젝트가 끝날 때마다 결과 보고서를 클라이언트의 임원진에게 직접 프레젠테이션했고, 실패한 캠페인에 대해서도 원인 분석을 빠짐없이 공유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대기업의 마케팅 본부장이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그 후배를 3번이나 언급하며 ‘그 사람에게 맡기면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 한마디가 그 후배를 네임드로 만드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평판이 쌓이는 과정은 마치 적금과 같습니다. 매일 조금씩, 꾸준히 신뢰를 저축해야 나중에 큰 돈이 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을 간과하고 단기간에 결과를 내려고 합니다. 제가 상담했던 한 프리랜서 디자이너는 포트폴리오를 화려하게 꾸미는 데만 집중했고, 정작 클라이언트와의 의사소통에서 신뢰를 쌓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그는 일정을 자주 어기고, 수정 요청에 불쾌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결과적으로 그의 실력은 뛰어났지만, 클라이언트들은 그를 다시 찾지 않았고, 네임드가 되기는커녕 일거리가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평판을 쌓기 위해서는 자신의 전문성을 타인에게 지속적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단순히 일을 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 결과를 기록하고, 공유하고, 필요할 때 근거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블로그에 쓴 기술 문서, 프로젝트 회고록, 발표 자료, 수상 경력 등이 모두 평판의 재료가 됩니다. 특히 요즘에는 링크드인이나 업계 커뮤니티에서 자신의 전문 지식을 꾸준히 나누는 것이 네임드로 가는 지름길이 되기도 합니다. 저는 네임드로 인정받는 사람들의 공통점 중 하나가 ‘자신의 지식을 나누는 데 인색하지 않다’는 것임을 발견했습니다. 지식을 나누면 나눌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사람을 찾게 되고, 자연스럽게 평판이 높아집니다.
네임드로 불리는 사람들의 공통점, ‘관계의 깊이’
네임드의 기준을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인간관계입니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면 네임드가 될 수 없습니다. 네임드는 혼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인정해 줄 때 비로소 완성됩니다. 제가 10년간 만난 네임드들은 모두 공통적으로 관계의 깊이가 남달랐습니다. 그들은 단순히 명함을 주고받는 인맥이 아니라, 서로의 어려움을 들어주고 해결해 주는 진정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아는 한 건축 설계사는 20년 동안 같은 발주처의 프로젝트를 꾸준히 수주해 왔습니다. 그 비결을 물었더니,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그분들의 자녀가 대학에 들어갈 때 축하 인사도 하고, 회사에 어려움이 있을 때 제가 아는 전문가를 소개해 드리기도 했습니다. 단순히 일만 하는 관계가 아니라,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함께하는 관계를 맺었습니다.” 이 설계사는 건축 설계 실력뿐만 아니라,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전문가였습니다.
관계의 깊이는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최소 몇 년에 걸쳐 꾸준히 유지되고 발전되어야 합니다. 네임드들은 대부분 10년 이상 지속된 관계를 여러 개 가지고 있습니다. 이 관계들은 그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고, 새로운 기회를 연결해 주는 징검다리가 되어 줍니다. 반대로, 관계를 얕게 유지하는 사람들은 네임드가 되기 어렵습니다. 명함을 수백 장 나눠줘도 그중 단 한 명과 깊은 관계를 맺지 못한다면, 그 명함은 모두 휴지조각에 불과합니다.
네임드가 되고 싶다면, 인맥의 숫자를 늘리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기존 인맥과의 관계를 깊게 만드는 데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그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를 살피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에서 나서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이런 행동들이 쌓여서 결국 ‘그 사람은 믿을 만한 사람이야’라는 평판을 만들고, 그것이 네임드로 가는 가장 확실한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온라인 시대의 네임드, ‘가시성’이 결정한다
10년 전만 해도 네임드는 오프라인에서의 입소문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온라인에서의 활동이 네임드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로 비대면 거래가 늘어나면서, 고객들은 후보자를 선정할 때 온라인에서의 평판과 활동 이력을 먼저 살펴봅니다. 제가 상담했던 한 IT 프리랜서는 실력이 뛰어났지만, 온라인에 자신의 활동 흔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는 기술 블로그도 운영하지 않았고, 깃허브도 비공개로 설정해 두었습니다. 프로젝트를 수주할 때마다 고객에게 이력을 설명해야 했고, 그 때문에 상대적으로 온라인 노출이 활발한 다른 프리랜서들보다 불리한 조건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반면, 온라인에서 네임드로 자리 잡은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전문 분야에 대한 콘텐츠를 꾸준히 생산합니다. 기술 네임드 블로그, 유튜브 강의, 팟캐스트, SNS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합니다. 이들은 단순히 홍보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피드백을 받고, 더 나은 전문가로 성장하기 위해 온라인을 활용합니다. 그 결과 자연스럽게 검색량이 늘고, 이름이 알려지면서 네임드의 반열에 오르게 됩니다.
온라인에서의 가시성은 특히 젊은 세대에게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그들은 디지털 네이티브이기 때문에 온라인 활동이 익숙하고, 트렌드에 빠르게 적응합니다. 반면, 기성 세대는 온라인 활동에 소극적인 경우가 많아서,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온라인에서 묻혀버리기 쉽습니다. 이런 현상은 업계를 막론하고 나타나고 있습니다. 따라서 네임드가 되기 위해서는 오프라인에서의 관계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의 존재감을 키우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물론 온라인 활동이 무조건 정답은 아닙니다. 단순히 콘텐츠를 양산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전문성을 살린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온라인에서의 평판이 오프라인에서의 신뢰와 일치해야 합니다. 온라인에서 과장된 모습을 보이거나, 실제 능력과 다른 이미지를 구축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저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진정한 네임드로 오래 기억된다고 믿습니다.
가장 흔한 실수, ‘네임드가 되려고만 한다’
네임드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실수는 ‘네임드가 되려고만 한다’는 점입니다. 네임드는 목표가 아니라 결과물입니다. 네임드가 되고 싶다는 욕심이 앞서면, 본질을 놓치게 됩니다. 제가 상담했던 한 컨설턴트는 자신을 네임드로 만들기 위해 세미나 발표를 자청하고, 언론 인터뷰를 주선하고, SNS에서 유명 인사들과 어울리는 사진을 올리는 데 열중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고객을 위한 컨설팅의 질은 예전보다 떨어졌고, 고객들의 불만이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그는 한때 네임드로 불렸지만, 지금은 그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평판이 추락했습니다.
이처럼 네임드가 되기 위한 과도한 집착은 오히려 독이 됩니다. 네임드는 본질적으로 ‘남이 인정해 주는 것’이지, 내가 스스로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남의 인정을 받으려고 애쓰면 쓸수록, 그 인정은 더 멀어지는 법입니다. 대신, 자신의 일에 몰입하고, 고객에게 진정한 가치를 제공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언젠가 주변에서 자연스럽게 ‘네임드’라고 불러주는 순간이 옵니다.
또 다른 흔한 실수는 ‘한 분야에서만 깊이 파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이 네임드가 되는 데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네임드는 대부분 한 우물을 깊게 판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남들보다 한 발 앞선 지식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고, 그 깊이가 남을 압도합니다. 물론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경험들이 하나의 축을 중심으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네임드가 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제가 본 네임드들은 평균적으로 7년 이상의 시간을 한 분야에 쏟아부었습니다. 그 시간 동안 그들은 수많은 실패와 좌절을 경험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나아갔습니다. 네임드가 되고 싶다면, 단기간에 결과를 바라지 말고, 긴 호흡으로 자신의 전문성을 키워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지식을 나누는 것을 잊지 마세요. 그것이 결국 당신을 네임드로 이끌어 줄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네임드가 되려면 최소 몇 년이 걸리나요?
업계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7년 이상의 전문 경력이 필요합니다. 다만 단순히 오래 일하는 것보다는, 그 기간 동안 얼마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 평판을 쌓았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5년 차에도 네임드로 불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 15년 차에도 이름을 알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네임드와 전문가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전문가는 해당 분야의 지식과 기술을 깊이 있게 가진 사람을 의미하고, 네임드는 그 전문성이 외부에 알려져 사람들이 찾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즉, 모든 네임드는 전문가이지만 모든 전문가가 네임드는 아닙니다. 네임드는 평판과 가시성이라는 추가적인 요소가 필요합니다.
온라인 활동 없이도 네임드가 될 수 있나요?
가능하지만 요즘은 훨씬 어렵습니다. 과거에는 오프라인 입소문만으로 충분했지만, 지금은 온라인 검색과 SNS가 평판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온라인 활동이 전혀 없다면 고객이 당신을 찾기 어렵고, 신뢰를 쌓는 데도 한계가 있습니다. 최소한 전문 분야에 대한 콘텐츠를 꾸준히 공유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네임드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본질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네임드가 되려는 욕심보다는 현재 주어진 일에 몰입하고, 결과를 내는 데 집중하세요. 그렇게 쌓인 성과와 신뢰가 결국 평판이 되어 네임드로 이끕니다. 네임드는 목표가 아니라 결과물이라는 점을 잊지 마세요.
네임드가 되기 위해 꼭 대기업이나 유명 기관에서 일해야 하나요?
아닙니다. 네임드는 소속 기관보다 개인의 전문성과 평판에 기반합니다. 물론 유명 기관에서 일하면 처음에 주목받기 쉬울 수 있지만, 오래가지 못합니다. 결국 자신의 능력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사람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합니다. 중소기업이나 프리랜서로도 충분히 네임드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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